Z세대 사이에서 요즘 ‘영크크’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줄임말의 원형은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 즉 젊은 창작자 집단이라는 뜻이다. 이 수식어를 앞세운 그룹이 바로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다. 데뷔 9개월 만에 음원·음반·글로벌 차트를 동시에 쓸어담으며 K-팝 판도를 흔들고 있다.
코르티스, 어떤 그룹이야?
코르티스는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배출한 빅히트뮤직의 신인 보이그룹으로, 지난해 8월 데뷔했다. 눈에 띄는 건 나이다. 멤버 전원의 평균 나이가 만 18세로, 말 그대로 10대가 주축인 팀이다.
단순히 어린 것만이 특징이 아니다.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프로듀싱은 물론 안무 창작과 영상 제작까지 모두 참여하는 ‘공동 창작’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전에도 자작곡을 만드는 아이돌은 있었지만, 앨범 제작 전반에 멤버들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는 게 가요계의 평가다.
숫자로 보는 폭발적 성장
코르티스의 현재 위치는 숫자가 말해준다.
- 신곡 ‘레드레드(REDRED)’: 지난 13일 멜론 ‘톱 100’ 1위 달성 — 최근 1년간 데뷔 1년 미만 보이그룹이 정상에 오른 건 코르티스가 처음
-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 발매 첫 주 231만 장 판매, 올해 K-팝 앨범 중 BTS 정규 5집 ‘아리랑'(417만 장)에 이어 두 번째
-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진입 직전 단계인 ‘버블링 언더 핫 100’ 17위
- 공식 SNS 팔로워 1100만 명 돌파
빌보드 ‘핫 100’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글로벌 반응도 심상치 않다.
‘날것의 감성’이 Z세대를 사로잡다
코르티스의 인기 비결로 가요계가 한목소리로 꼽는 건 ‘솔직함’이다. 신비주의나 거대한 세계관 대신, 꾸밈없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다.
타이틀곡 ‘레드레드’는 코르티스가 무엇을 경계하고 지향하는지 담은 메시지 곡이고, 수록곡 ‘아사이(ACAI)’는 멤버들이 앨범 준비 기간 매일 먹던 아사이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곡이다. 앨범 사진도 평소 즐겨 입는 옷을 입고, 연습생 시절 자주 오가던 신사2고가(길마중교)에서 촬영해 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 전략은 수치로 확인된다. 틱톡에서 ‘레드레드’는 발매 8일 만에 ‘팔랑귀 댄스 챌린지’를 앞세워 46만 건 이상 숏폼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다. 멜론에서는 ‘레드레드’를 듣는 10~20대 이용자 비중이 38%를 차지했다.
“K-팝 문법을 깨는 팀” — 전문가 평가
대중음악평론가들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방탄소년단 이후 새로운 K-팝 흐름을 보여줄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멤버들이 직접 음악과 콘텐츠를 만든다는 강점이 분명한 팀으로, 미국 시장 등 세계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데뷔 때부터 기존 K-팝 문법을 깨는 팀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며 “자극적인 사운드를 사용하지만 가사는 귀엽고 재치 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매력을 차용하면서도 전체관람가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잡지 데이즈드(Dazed)도 “K-팝이 자주 활용하는 서사와 세계관 장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코르티스의 꾸밈없는 태도와 다소 엉성하지만 유쾌한 모습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고 평했다.
오늘의 K-팝 단신
코르티스 소식 외에도 오늘 K-팝 씬에서는 굵직한 소식들이 이어졌다.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는 오는 6월 1일 발매 예정인 신보 ‘러브(LOVE)’의 ‘월플라워(Wallflower)’ 버전 완전체 콘셉트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공개된 ‘블루밍 플라워’ 버전과는 대비되는 차분한 분위기로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의 멤버 노아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픽의 ‘베스트 포지션 매치-보컬’ 투표에서 엔하이픈 정원, BTS 정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1위를 차지했다. 우승 보상으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캔버스 전광판 단독 광고가 제공될 예정이며, 팬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다.
코르티스가 보여주는 ‘영크크’ 정신, 즉 젊은 창작자들이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직접 만들어내는 음악이 Z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인프라와 멤버들의 자율성이 결합한 이 새로운 공식이 K-팝의 다음 챕터를 쓸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