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 뒷얘기 커뮤니티에서 꽤 뜨겁게 도는 얘기가 하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임산부 직원에게 야근과 회식을 압박했다는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던 팀장급 관리자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계열사 한화시스템으로 조용히 전배됐다는 것. 한화시스템 노조가 이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서면서 재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임산부한테 52시간 야근·회식 강요했다?”…익명 게시판서 퍼진 충격 내용
이 사건의 발단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임산부인 부하 직원에게 야근을 사실상 권장하고 회식 참석까지 압박했다는 것인데, “48시간, 52시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했다는 구절과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게 숨어서 일했다”는 표현이 담겼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게시물에는 법인카드 사용, 성희롱 가능성, 근태 문제까지 거론됐다는 주장도 붙었다. 해당 인물로 지목된 팀장 A씨에게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피해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고 하고,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오히려 괴롭힘과 업무 배제를 우려하게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는 것—2차 피해 우려까지 거론된 셈이다.
물론 익명 게시판 캡처인 만큼 작성자 신원과 세부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다만 노조가 이 내용을 근거로 공식 입장까지 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들을 얘기만은 아닌 모양새다.
노조 “그룹 내 도피처 아니냐”…형평성 논란까지
더 불거진 건 그 이후다. 한화시스템 노조가 나서서 “해당 의혹의 핵심 인물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시스템으로 전배됐다”고 공개 문제 제기를 했다. “제대로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보다 계열사 전배로 덮은 것 아니냐”는 직격탄이었다.
노조가 특히 세게 밀어붙인 건 형평성 문제였다. “회사는 직원들의 5년 전 법인카드 사용 내역까지 들여다보며 감사와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는 계열사 전배로 대응한다면 이건 명백한 이중잣대“라고 쏘아붙인 것. 직원에게는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관리자는 감싸는 게 아니냐는 거다.
업계에선 “대기업 그룹 특유의 자체 처리 문화가 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더 눈길을 끄는 건 A씨의 직전 포지션이다—인사 관련 부서의 팀장이었다는 것. 커뮤니티에선 “인사팀이 인사로 덮어버린 꼴”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꽤 쏟아지고 있다.
회사 “법 위반 없다, 분리조치 차원”…설득력은?
회사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임산부 직원에 대한 회식 강요와 장시간 노동 강요는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왔다. “관계 법령과 취업규칙을 준수해 직원을 관리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A씨에 대한 징계조치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업무상 우위에 있는 팀장과 직원 간 업무 지시를 받아들이는 바가 달랐기에 징계조치가 있었다”는 것. 계열사 전배는 “행위자와 대상자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분리조치”라는 해명이었다.
이 해명이 커뮤니티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낸 모양이다. “징계는 인정했는데 그 결과가 계열사 이동이냐”, “피해자는 원래 자리에 남고 의혹받는 쪽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진짜 분리조치 맞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 말 그대로 해명이 또 다른 의문을 부른 셈이다.
대기업 ‘뒤처리’ 관행,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대기업 계열사 간 전배가 내부 문제의 연착륙 수단으로 쓰인다는 얘기는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문제 인물을 다른 계열사로 보내 ‘없는 일’처럼 처리하고, 피해자만 원래 자리에 남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이 더 주목받는 건 노조가 공식 루트로 공개 문제 제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처리됐을 수도 있던 얘기가 밖으로 터져 나온 것. 그룹 측이 어떤 추가 입장을 낼지, 노조의 다음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지—재계 안팎에서 이 얘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