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팝 업계 안팎에서 조용히 돌고 있는 얘기가 있다. “그 싸움 끝에 남은 건 폐허뿐”이라는 것. 2024년부터 이어진 하이브-어도어-뉴진스의 세기의 분쟁, 그 결말을 가장 냉정하게 보여주는 건 법원 판결도 팬덤 반응도 아닌 재무제표라는 거다.
불과 2년 전, “꿈의 기업”이었다
어도어는 2023년, 2024년 연속으로 매출 1100억 원대, 영업이익 3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엔터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렸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0%를 상회하는 수치였으니, 당시 업계에선 “K-팝 역사상 이런 중소형 레이블이 또 있었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는 얘기가 돈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사실상 단 하나, 뉴진스였다.
그리고 2025년, 재무제표가 모든 걸 폭로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2025년 어도어 감사보고서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다.
- 매출액: 약 295억 원 — 전년 대비 73% 폭락
- 용역매출(공연·출연·활동 수익): 약 6억8000만 원 — 전년 769억 원 대비 99% 증발
- 재화매출(음반·굿즈): 38억 원 — 전년 342억 원에서 10분의 1 토막
- 유동계약부채(팬클럽 연회비·선예매 등): 약 3억7000만 원 — 전년 113억 원에서 사실상 소멸
숫자만 놓고 보면 어도어의 현금 창출 엔진이 완전히 멈췄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뉴진스 하나로 버텼던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모양새다.
법원 판결 이후의 복잡한 구도
2025년 법원은 전속계약 유효 판결을 내렸다.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 이후 멤버 4명은 어도어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멤버 다니엘은 복귀를 거부한 상태고, 어도어 측은 다니엘 측과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441억 원 규모의 위약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추가 법적 절차도 예상되는 상황.
커뮤니티에선 “4명 체계로 활동이 재개된다 해도 완전체가 아닌 그룹을 예전처럼 응원할 팬덤이 얼마나 남겠냐”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팬덤 이탈과 공연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선인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첫 적자 전환 각인가
업계에선 지금 조용히 이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 “2026년 어도어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찍을 수도 있다”는 것.
근거로 거론되는 요소들이 심상치 않다.
- 441억 원 소송 관련 변호사 비용 등 법률 지출이 판관비에 직격탄
- 151억 원 규모의 재고자산 — 제작된 앨범·굿즈가 팔리지 않으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비용 처리, 즉 장부 이익을 직접 깎아먹는 ‘부메랑’
- 우발채무로 처리될 각종 법적 리스크
4명 체계로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는 얘기도 돌고 있지만, 완전체 붕괴 이후의 팬덤 결집력이 예전만 하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분위기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
이 모든 상황을 두고 업계에선 결국 하나의 표현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
창의성과 자본 사이의 분쟁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익 주도권을 둘러싼 기업 갈등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재무제표 숫자는 냉정하다. 한때 영업이익률 30%를 자랑하던 기업의 장부는 지금 소송 비용, 손상차손, 악성 재고로 얼룩진 분쟁의 기록지가 돼 있다.
2026년 어도어 성적표가 어떤 숫자로 마무리될지, 그리고 4명 체계의 뉴진스가 팬덤과 시장의 신뢰를 어디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 — 업계의 눈이 쏠려 있다.